7월 14일, 대미 협상을 이끄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통상 협상 주요 성과 브리핑에서 "모든 협상에서 농산물 분야가 고통스럽지 않은 통상 협상은 없었고 그래도 산업경쟁력을 강화했다. 농산물 분야도 이제는 전략적인 판단을 할 때이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전체 협상의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정부가 농축산물 수입장벽을 추가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농축산업의 고통과 희생을 당연한 전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전국의 농축산인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농축산업의 고통과 희생 속에 타 산업들은 성장했지만 농축산업은 퇴보해 갔다. 그중 특히 한우산업은 가장 큰 피해를 입었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였는가? 제대로 약속을 지킨 것은 있는가? 여야정협의체에서 1조를 약속하고 걷히지도 않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일몰된 도축장 전기세 감면, 연장되지 않은 피해보전직불금, 발동되지 않는 송아지생산안정제 등 각국과의 통상협상에서 한우산업은 매번 희생양만 되어 왔을 뿐이다.
현재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가는 대한민국이다. 2024년 기준 총 수입량 46만 1,027톤 중 22만1,629톤, 절반 가까운 물량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 내년이면 미국 소고기 관세는 0%이며, 다른 수출국가들보다 가격 경쟁력 우위에 있는 미국산 소고기 점유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한미 통상의 농업분야에서는 최대 수익을 얻고 있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명분 삼아 농축산물 비관세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오히려 우리 정부가 상호관세 원칙을 이유로 미국산 소고기에 25% 관세 부과를 요구하는 것이 더 논리적이지 않은가?
정부도 잘 알다시피 지금도 우리는 끝없는 개방 속에서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그럼에도 버티고 있는 것은 산업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수 많은 농민이 무너지고 피눈물로 겨우 버텨온 것일 뿐이다. 2024년 기준 한우 1두당 161만원이 적자다.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들의 현실이다. '식량자급이 곧 국가안보'라고 외치던 李대통령에게 이제 우리 농민들을 묻는다. 대통령은 농민을 또다시 저버릴 것인가. 희망도 꿈도 없는 농민들에게 남은 건 결국 아스팔트 농사뿐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