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멸균유 5년 새 4배 급증
커피·디저트 속 원유 정보는 사각지대
낙농육우협회 “우유 원산지 표시제 시급”
카페에서 마시는 라테 한 잔, 베이커리에서 먹는 크림빵 속 우유가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소비자는 알 수 없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처럼 음식점 원산지 표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수입 멸균유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외식 현장에서도 우유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는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과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등 농축산물 9종과 수산물 20종 등이 표시 대상이다. 그러나 우유와 유제품은 제외돼 있다. 문제는 우유가 단순 음용 제품을 넘어 커피와 음료, 디저트, 제과·제빵 등 외식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수입 멸균유 시장 확대가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수입 멸균유 물량은 약 508백톤으로 2020년 115백톤 대비 342% 증가했다. 대형 카페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멸균유 사용이 늘고 있지만, 소비자는 실제 어떤 원유가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사실상 ‘원산지 사각지대’가 형성된 셈이다.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의 ‘2025 우유·유제품 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3%는 국산 원유 사용 제품이 수입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인식했다. 또 유제품 구매 시 생산국가를 확인한다는 응답도 59.0%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로 신선도와 품질 안전성을 꼽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낙농업계는 음식점 우유 원산지 표시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회 농해수위 등을 대상으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소비자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심포지엄과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여론 형성에도 나섰다.
정부 역시 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다만 모든 유제품에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우선 액상류 중심의 단계적 적용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유가공품 종류가 다양하고 외식업체 부담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과 관계부처 협의, 규제심사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업계는 이번 논의가 단순 표시제 확대를 넘어 국내 낙농산업 보호와도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무관세 수입 증가로 국내 낙농가의 경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권 보장이 국산 우유 소비 기반 유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승호 회장은 “소비자는 자신이 먹고 마시는 음식에 어떤 원료가 사용됐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수입 멸균유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자 선택권 보호와 국내 낙농산업 기반 유지를 위해 음식점 우유 원산지 표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