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 저는 전국 낙농육우농민 1만 여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입니다. 먼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정운영에 바쁘신 나날을 보내고 계시는 이명박 대통령님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언론보도에서 접하셨겠지만 전국 낙농농민들은 현재 목장원유 납품가격 현실화라는 생존의 문제로 인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전국 낙농농민들은 소비자를 볼모로 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가면서도 오는 8.10일(수)부터 우유공급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우유대란 우려가 톱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생산한 우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진짜 우유대란을 막기 위해 생존권을 걸고 내린 무거운 결단입니다. 혹시 대통령님께서는 70, 80년대 목장을 생각하시면서, 젖소 키우면 ‘부의 상징’이라는 옛 기억을 갖고 계실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러나, 현재 낙농업의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우유 짜서 100만원 벌면 80만원은 사료값으로 나가고, 나머지로 목장경영을 하고 나면 부채상환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에도 빠듯한 실정입니다. 극단적인 실례로 얼마 전 충남의 한 낙농가는 사료 빚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고, 그의 아들 역시 목장을 물려받았지만 아버지 빚을 감당하지 못해 얼마 전 목장을 폐업했다고 합니다. 우리 낙농농민들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500여 농민, 올해만 400여 농민이 낙농업을 포기했습니다. 목장원유 납품가격은 매 3 ~ 4년 주기로 결정되는 경직구조이다보니, 2008년이후 현재까지 생산비 폭등 부담은 고스란히 낙농농민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2008년대비 30%이상 폭등한 사료값,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기름값, 농구비, 영농자재비, 약품비 등 목장 생산비 폭등에 견디다 못한 많은 낙농농민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국민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우유를 제때 공급하는 것이 선진국가의 낙농철학이라고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는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중국이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국가 10대 정책으로 낙농산업의 육성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사료됩니다. 우리 낙농가가 생산한 우유는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낙농선진국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가공업체 역시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한순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계속된 낙농선진국과의 FTA체결로 낙농산업의 존치가 불투명한 실정입니다. 반세기 선대 낙농인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온 우리우유의 품질이 사장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대책은 우리가 체감하기에는 한 없이 멀어 보입니다. 올해만 해도 구제역 발생 시 물가안정을 이유로 우리나라 1년 소비량의 1/3에 해당하는 100만여톤(원유환산)의 분유, 유제품을 무관세 TRQ물량으로 개방했습니다. 폐업급증과 이에 따른 우유생산량 감소는 우유수급안정의 적신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목장원유 납품가격 현실화는 우유수급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물가안정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원유수급 안정이고 이것이 농정당국이 지향해야할 낙농정책의 핵심입니다. 물가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목장원유 납품가격 현실화가 지체될 경우 FTA 개방파고가 있기도 전에, 우유대란은 피할 수 없습니다. 올해 구제역으로 우유가 모자라 일본으로부터 시유(마시는 흰우유) 수입을 모색하던 모유업체가 1리터(현재 시중가는 2,200원대입니다)에 3 ~ 4천원을 제시하자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리 낙농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농정부처인 농식품부는 물가눈치, 유업체는 정부눈치 보느라 지난 6월 21일부터 현재까지 9차례 진행된 목장원유 납품가격 현실화 논의는 지지부진한 모습입니다. 우리 낙농가들은 참을 수 없는 모멸감과 상실감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이명박 대통령님!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목장원유 납품가격은 물가안정의 대상이 아니라, 농가 생존권의 문제라고 저는 감히 대통령님께 단언 드리고 싶습니다. 대통령님께서도 지난 7월 1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유통구조를 깊숙이 추적하면서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조치로 이끌어 내야 한다’고 지시하셨다는 언론보도를 접한 바 있습니다. 현재 우리 농민이 생산한 목장원유는 1ℓ당 704원을 기본가격으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사료값을 포함한 모든 제반경비가 줄줄이 인상 중에 있고 원유 납품가격이 언제 조정될지 모를 일입니다. 우리 농민들이 호소하는 목장원유 납품가격 현실화는 200ml당 35원, 소비자가 기준 5%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대통령님, 우유 유통마진이 51%에 달하는 사실을 아십니까! 우윳값의 문제는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복잡다단한 유통의 문제로 해법을 풀어야 합니다. 우리 농민들은 현재‘정부가 물가 잡는다고 농민 잡는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야 되겠습니까. 정부가 물가안정을 내세워 목장원유 납품가격 현실화가 어렵다면, ‘정부가 나서서 사료값 잡고, 농촌물가 잡아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대통령님께 공개서신을 보내드리는 이유는, 마치 조선시대에 힘없고 나약한 백성이 나라님께 상소문을 올리는 것처럼 농민의 억울함을 대통령님에게 공개적으로 알리기 위함입니다. 대통령님께 마지막으로 호소 드립니다. 힘없는 우리 낙농가들의 생존권 투쟁이 8월 10일부터 우유 공급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비화되지 않도록 나서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바쁘신 국정일정이시겠지만, 저와 함께 우리 낙농가가 운영하고 있는 젖소목장을 같이 가셔서 실상을 설명 드리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소외받는 농민의 실상과 심정을 알려드릴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우유! 우리 낙농농민! 대통령님께서 지켜주십시오! 2011. 8. 8(월) 전국 낙농농민들을 대표하여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 이승호 |